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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1호]미디어 속 세상, 세상 속 미디어⑦ 작성일 : 2019-12-18 10:52

서수경 조회수 : 463

미디어의 외모지상주의 유감

 

김 기 태(신문방송학과 교수)

 

외모지상주의는 인간 실종, 인간 파괴의 주범

외모가 무기인 세상이다. 오늘날 남녀를 막론하고 수려한 외모는 사람을 평가하는데 매우 중요한 이점으로 작용한다. 그 사람의 진면목을 제대로 살피기 위해서는 배경, 성격, 지식, 감성 등 다양한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후 평가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겉으로 드러난 외모만큼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요인은 없다. 외모가 가장 강력한 경쟁력인 시대이다. 문제는 그 정도가 과도하다는데 있다. 사람을 외모로 판단하는 정도가 그 도를 넘고 있다. 이런 사회 분위기는 점차 외모중심주의, 외모지상주의라는 하나의 이데올로기로 뿌리깊게 자리잡아가고 있다. 도가 넘는 외모지상주의가 낳는 가장 큰 폐해는 인간 자체에 대한 몰이해 즉, 비인간적 사고와 인식의 사회적 확산이라는데 있다. 외모가 사람을 평가하고 호불호를 결정하는데 중요한 요소임에는 분명하지만 어디까지나 일부 요인 또는 참고 요인이지 그 것이 절대 가치로 작용하는 것은 비정상적인 현상이다. 인간 실종, 인간 파괴의 주범으로 작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외모지상주의 부추기는 각종 미디어들

이런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기고 확산하는데 방송을 비롯한 각종 미디어는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미디어는 외모를 가장 중요한 출연의 전제 조건으로 활용하고 있는게 현실이다. 다른 어떤 조건보다도 미모가 TV출연의 전제 조건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뛰어난 능력이 있어도 외모가 뒤따라주지 않으면 좀처럼 출연기회를 갖기 어렵다. 오락물에 주로 출연하는 연예인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는 교육, 교양물에 출연할 전문가들에게 까지도 외모를 요구하는게 오늘의 방송 현실이기 때문이다. 외모로만 인간을 평가하는 방송의 횡포에 가까운 처사는 궁극적으로 인간 차별을 넘어 인간 파괴 행위이다. 더욱이 이런 방송의 외모지상주의는 우리 사회 전반을 맹목적인 외모 가꾸기의 수렁으로 몰아넣고 있다. 방학이나 연휴에는 유명 성형외과가 문전성시를 이루고 방송을 통해 유행이 된 인기 스타의 외모는 너도나도 따라하는 기준이 되어 어딜가나 만나게 되는 표준화된 외모상을 양산한다. 심하게 말하면 구분이 힘들 정도의 개성없는 인공 미남, 미녀를 만들어 내는 세상이다.

 

 

물론 인상좋고 깨끗한 이미지는 지향해야

물론 같은 조건이라면 인상이 좋거나 깨끗한 이미지의 외모가 사람들에게 호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당연하다. 사람의 외모 뿐 아니라 우리가 접하는 모든 정보 메시지들도 그 내용에 앞서 겉으로 드러난 외양이 중요한 평가기준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책이나 음반의 내용 못지않게 디자인이 판매고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가히 디자인의 시대, 포장의 시대 즉, 외양이 내용을 지배하는 시대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게 된 셈이다. 마찬가지로 각종 미디어 화면에 어울리는 외모가 출연조건의 하나가 되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목소리로만 꾸며지는 라디오나 인쇄매체와는 다르게 영상 미디어는 이용자들에게 시청각 모두를 통해 전달하는 속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 출연자의 외모 또한 미디어가 전하고자하는 의도의 하나라고 할 수도 있다.

 

예쁘고 잘생기고 날씬한 외모(?)”

문제는 미디어의 이런 외모 중심 사고와 콘텐츠 제작 풍토가 외모 이외의 다양한 요소들을 지나치게 주변화시키고 심지어는 무시할 뿐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의 외모지상주의라는 일종의 가치관까지 부추기고 있다는 데 있다. 방송 제작과정에서 흔히 그림이 되느냐?’라는 말을 자주 한다. 이는 곧 TV화면에 어울리는 외모를 지녔느냐하는 말의 다른 표현인데 조금씩 경우가 다르기는 하지만 대부분 예쁜 여자, 잘생긴 남자 그리고 날씬한 여자를 가리킨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많은 TV프로그램이 예쁘고 잘 생긴 외모를 지닌 출연자를 필요로 한다. 외모가 프로그램의 성격상 매우 중요한 변수일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외모가 특별히 프로그램의 성격상 중요한 변수가 아닌 경우에도 이른바 예쁘고 잘생긴 외모를 중심으로 출연자를 선택하는 방송사의 오래된 관행에 있다. 프로그램의 종류와 성격에 상관없이 사실상 대부분 TV가 이른바 정형화된 외모를 출연 기준으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는 프로그램에 대한 내용 소화력이 전혀 없는 출연자가 단지 외모가 수려하다는 이유만으로 캐스팅 되는 경우도 허다한 실정이다.

 

고유성과 개성을 바탕으로 하는 인간상 구현 필요

그런데 방송을 통해 지속적으로 그려지는 이런 외모 중심의 인간 평가 풍토가 우리들의 일상생활에서도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일정 수준을 넘어선 외모지상주의는 인간 존재 자체에 대한 부정으로 이어지게 된다. 인간을 위해 존재해야 할 미디어가 겉으로 드러난 외모로 사람을 평가하는 비인간적 행위와 관습을 앞장서서 부추기고 있는 셈이다. 외모가 아닌 총체적인 능력과 자질 그리고 성품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미디어의 깊은 성찰과 반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선 미디어 제작진들의 성찰과 반성 그리고 개선의 의지를 요구하고 싶다. 미디어를 통해 유포되고 확산되는 가치나 규범은 순식간에 전국민에게 영향을 주는 하나의 지배적 이데올로기로 자리잡는 현실에서 맹목적이거나 지나친 외모 중심의 미디어 콘텐츠 제작 풍토는 곤란하다. 미디어 속 인간의 모습이 각자의 고유성과 개성이 기반한 인간다움을 극대화하는 방향을 나아갈 수 있도록 성찰과 반성을 촉구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