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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8호]미디어 속 세상, 세상 속 미디어④ 작성일 : 2019-11-19 11:24

서수경 조회수 : 406

미디어 속 세상, 세상 속 미디어

 

 

대세 미디어, 유튜브의 빛과 그림자

 

김기태(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유튜브에 빠진 사람들

유튜브(You Tube)가 대세인 세상이다. 1인 미디어계에서 단연 유튜브는 돋보인다. 그야말로 유튜브로 말하고 유튜브로 듣고 유튜브로 생각하는 유튜브 세상이다. 유튜브 세대란 말이 전혀 어색하게 들리지 않는 세상이다. 대한민국이 온통 유튜브(You Tube)에 빠져있다. 유튜브가 여론을 만들고 그 여론에 따라 세상이 움직인다. 소수의 의견이 다수의 견해로 둔갑하기도 하고, 그럴듯하게 포장한 허위 사실을 하루 아침에 중요한 사회적 이슈로 만들어 전국민을 속이기도 한다. 나중에 가짜뉴스임이 밝혀져도 아무런 제재나 불이익도 받지않고 반복적으로 유사한 거짓 소문을 퍼뜨리는 유튜버가 강력한 영향력을 인정받는 이른바 크리에이터(creater)가 되고 인풀루언서(influencer)가 되는 세상이다. 유튜버 세계의 큰 손들인 이들이 사실상 우리 사회의 여론과 이슈를 선도하는 여론지배자가 되고 있다. 동영상을 통한 서비스가 유튜브의 기본 속성이기 때문에 파급력과 영향력이 다른 매체에 비해 훨씬 크고 직접적이다.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파워 크리에이터가 생산하는 유튜브에 한번 잘못 등장했다가 아예 매장 수준의 사회적 공격을 받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유튜브라는 강력한 채널을 통해 하루 아침에 전국적 명성을 얻는 인사도 있다.

 

고공행진 중인 유튜버의 인기와 위력

유튜브는 사용자가 동영상을 자유롭게 업로드 및 시청할 수 있는 구글의 콘텐츠 호스팅 웹사이트로 사용자를 가리키는 ’(You)와 동영상을 지칭하는 튜브’(Tube)의 합성어이다. 유튜브는 Broadcasting Yourself!(당신 자신을 방송하세요!)를 슬로건으로 내세우면서 200511월 공식적으로 서비스를 시작한 후 2006년 구글이 인수한 전 세계 최대 무료 동영상 공유 사이트로 개인이 제작한 비디오 영상을 비롯한 영화와 텔레비전 클립, 뮤직 비디오 등이 주요 콘텐츠이다. 한국어 서비스는 2008123일 시작했는데 전문가들은 유튜브와 모회사 구글이 한국에서만 연간 5조원 가량의 수익을 올리는 것으로 추산한다. 동영상을 업로드하여 사람들이 시청하게 되면 여기에 광고를 붙여 수익을 얻는 구조이다. 영상의 길이와 독자수에 따라 광고 수익은 차이가 있지만 유튜버가 55%, 유튜브 측이 45%로 지분이 구성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어린이들의 장래 희망 직업 순위에 유튜버가 지속적으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에서도 유튜버의 인기와 위력을 짐작할 수 있다. 대학입시 면접장에서 신문방송학과를 선택한 동기가 1인미디어 제작자가 되기 위해서라는 답변이 많아졌다. 과거처럼 신문, 방송 등 올드 미디어를 선호하는 학생들은 이제 찾아보기가 힘들게 되었다.

 

유튜브가 지배하는 세상

유튜브는 동영상 콘텐츠 제작과 유통은 물론이고 정치의 근간을 이루는 각종 선거 문화에도 획기적인 변화를 불러 일으켰다. 유튜브에 실린 동영상이 이메일이나 전단지에 의존하던 기존 선거전의 양상을 완전히 뒤바꿔 놓았다. 대표적으로 소셜미디어 대통령으로 불리웠던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유튜브, 트위터, 페이스 북 등 동영상 플랫폼과 SNS를 잘 활용해 대통령이 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8년 미 대선 직전 버락오바마닷컴 유튜브 채널은 2천만 건 이상의 조회를 기록했지만 당시 경쟁자인 공화당 후보 존매케인닷컴 채널은 겨우 2백만 건을 넘어선 수준이었다. 이는 매케인 지지자들의 연령이 오바마 지지자들보다 높아 유튜브를 비롯한 소셜미디어 이용이 서툴렀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오바마 관련 영상물이 미국 전역에서 선풍적인 정치적 바람을 일으킨 것은 분명했다. 이런 유튜브를 이용하는 정치인들의 선거전은 우리나라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현재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를 홍보 수단으로 활용하지 않는 정치인이 거의 없을 정도이기 때문이다. 많은 정치지망생들이 일단 유튜브를 통해 정치에 입문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 유튜브 운영자가 되기도 하고 관련 분야 유튜브 채널에 출연하는 방식으로 시작하기도 한다.

 

디지털 미디어 리터러시의 필요성

문제는 이렇듯 가공할 만한 위력을 지닌 유튜브를 질서있고 품격있게 이용할 만한 생산 및 소비 문화가 아직 미비하다는 점이다. 누구나 쉽게 동영상을 올릴 수 있는 무료 사이트라는 점 때문에 생산에 참여한 사람들이나 업로드하는 콘텐츠를 질서있게 걸러낼 수 있는 장치나 제도가 거의 없다. 모두 유튜버 스스로의 사회적 책임 의식과 자기 통제력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욕설이 난무하고 근거없는 비방이나 일방적인 자기 주장이 넘쳐나는 그야말로 저속하고 천박한 유튜브 채널이 범람하는 이유이다. 오로지 클릭수 늘리기에만 혈안이 된 일부 유튜버들이 건강하고 깨끗한 유튜브 채널의 진입과 정착을 원천적으로 가로막아 우리사회 건전한 여론 형성을 위한 공론장을 오염시키고 있다. 여기에다가 망국적인 진영 논리에 편승한 일부 사이비 정치평론가들과 출연자들이 가세해서 극단적인 편가르기식 정치논리와 막말로 이용자들의 정상적인 정보 소비를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자신과 다른 생각이나 의견을 가진 사람들을 모두 적으로 몰아 분노를 유발하는 반사회적 유튜버들을 추방하기 위해서라도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를 바르게 이용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기 위한 디지털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필요한 세상이다. 유튜브 제작진들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않고 조회수를 늘리기에만 매달리지 말고 수많은 이용자들에게 건강하고 행복한 콘텐츠를 제공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주문하고 싶다. 유튜브가 쓰레기통으로 변했다는 말을 더 이상 듣지 않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하루 아침에 사람들의 외면을 받는 천덕꾸러기가 될 수도 있다. 그동안 수많은 미디어들이 그렇게 사라졌다. 그런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라도 잘 나갈 때 더욱 주의하는 자성을 촉구하고 싶다.